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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 EFN(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연례회의에 다녀와서

2014년 홍콩 EFN(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연례회의에 다녀와서

언론에서 연일 홍콩 민주화 시위를 화제 삼던 11월, 필자는 긴장된 발걸음으로 홍콩국제공항을 나섰다. 겨울을 눈앞에 둔 홍콩은 생각보다는 포근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온 도시가 긴장감으로 사로잡혀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바쁜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표정엔 활기찬 기운이 가득했다. 홍콩의 첫 인상은 강렬하지 않지만 꽤 잔잔한 경쾌함을 줬다. 필자는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추천으로, 홍콩에서 열린 ‘2014년 EFN(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연례회의’에 참가했다. 올해 연례회의 주제는 ‘자유주의’로, 아시아 중진국들이 한데 모여 ‘성장은 촉진하되, 불평등은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필자는 비록 ‘경제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중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성장과 분배’를 논하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EFN Asia 연례회의는 그 내용에 있어서 분명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나 형식을 가져야만 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참여방식은 여느 학회나 국제회의와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신선했다. 하나의 세션이 종료되면 참가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발언자 또는 청중이 되었다. 아시아 각 국에서 몰려든 참여자 모두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간식을 든 채 오래된 친구의 안부를 묻듯 대화를 이어갔다.

2014년 홍콩 EFN(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연례회의에 다녀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시안 카페’와 ‘스피드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먼저 ‘아시안 카페’는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하는 ‘월드카페’의 대화기법을 따라 만든 것인데, 각 국가별 경제적 상황과 위기극복계획을 발표하면, 참가자들 간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는 방식이었다. ‘스피드 데이트’는 1분의 제한시간 내에 파트너를 바꿔가며 경제 현안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짧은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은 최병일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아시안 카페의 호스트를 자처했다. 최 전 원장은 ‘내수시장 취약’‘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의미비함’ 등을 한국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경제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참여자 모두 자유주의에 입각한 ‘성장과 분배의 고려’에 동의하는 탓인지 최 전 원장의 발표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혁신 없는 경제 체제는 지속적인 유지가 힘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인도 출신 참가자의 주장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참가자들은 ‘성장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명제에 대다수 동의했다. 이틀 동안의 회의를 경험하며 필자는 한국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한국은 ‘무상복지’ 논란의 불꽃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일방만을 무조건 강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점은 성장 없이 분배만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국제경기 악화에 따른 내수시장의 위축, 엔저 현상과 중국발 경제리스크 가능성에 따른 불안 등으로 힘들다. 우리 사회는 이 같은상황을 고려하면서 ‘무상복지’를 논의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문득 무상급식 논란 과정에서 ‘애들 밥 먹는 걸로 그러지 마라’던 이들이 생각났다. 이토록 밑도 끝도 없는 감정적인 주장이 또 어디 있을까? 현실적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시야를 흐리는 뿌연 연기 같은 주장이 남발되는 모습이 안타깝다. 성장과 분배는 과연 정치적인 논리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홍콩에서의 경험은 필자로 하여금 경제의 의미 그리고 성장과 분배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2014년 홍콩 EFN(Economic Freedom Network) Asia 연례회의에 다녀와서